
과연 난 회사가 좋았던 적이 있었을까? 있었다면 언제였을까?
곰곰이 생각해 봐도 첫 출근할 때 말고는 없다.
월급이 들어왔을때 잠깐 좋았지만 월급 없이 2년 동안 휴직을 해 보니 월급 때문에 회사가 좋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돈이 없어도 회사가 싫었고, 출근하기 싫다는 마음이 변함 없는 걸로 봐서는 월급을 주는 회사여도 나에겐 싫은 공간일 뿐이다.
저자는 "글을 쓰기 시작한 건 다 회사 때문이야" (책속) 라는 말을 했다.
나 또한 글을 쓰기 시작한 건 회사 때문이다.
인정받고 싶었지만 인정받을 수 없는 곳이었고, 아무것도 아닌 날 더 아무것도 아닌 걸로 만들어 주는 것 같아 더 이상 그곳에 날 내버려 둘 수 없어 난 글쓰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부터 글을썼던건 아니다.
회사만 아니면 무엇이라도 '다른 무엇'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도시락 가게를 해볼까? 샐러드? 미싱으로 옷을 만들어 볼까? 미싱으로 가방을 만들어 파는 건? 리본공예 좋다 해보자 캘리그래피 괜찮네 해볼까?라는 마음으로 이것도 해 보고 저것도 해 보았지만 그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아니었고 그곳도 내가 없기는 마찬가지라 발만 담갔다 뺐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을 부러워했고 그 부러움으로 시작하려고 했지만 그 행동이 회사로 돌아오게 만들었지만 지옥이였다.
"일반적인 회사가 그러하듯 적당한 안정과 적당한 변화, 엄청난 성취는 아니지만 엄청난 괴로움도 없이 적당한 만족과 적당한 스트레스 속에서 그럭저럭 일과 삶의 밸런스를 찾아갔다"(책속)
"남을 신경 쓰는 마음, 그리고 묘한 경쟁 심리나 경계심 같은 감정에서 오는 스트레스" (책 속)
한 동안 생각했다.
3년마다 슬럼프가 온다고 하잖아 3년마다 퇴사 고민을 다들 한다고 했어 그러니 나도 지금 슬럼프를 겪고 있는 것뿐이야 라고 생각했지만 슬럼프가 아니었다. 그곳에서 점점 그들과 어울리고 싶지도 않았고 필요 없는 일 소모되는 일이 아닌 내가 살아 숨 쉬고 있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책 속 주인의식이라는 부분을 읽으면서 더더욱 나에겐 회사는 한 번도 좋았던 적이 없었던 걸로 결론이 났다.
회사에서 나의 신분이 불안정했다. 물론 공공기관에 다니고 있었고 무기계약직이니 잘릴 걱정 크게 없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나에게 그들이 하기 싫은 정말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주면서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공무원이니 괜찮고 난 아니라는 식의 말과 행동이 점점 싫었다.
내가 20대까지만 해도 그래 이만한 회사에 내가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지라며 마음을 다스려 보았지만 내가 나이를 먹고 새로운 신규공무원들이 들어오면서 난 그들의 보조업무 그들의 밑에 있다는 생각, 그들이 날 밑에 있다고 생각하며 말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짜증이 났다.
저자는 나와 조금은 다른 사람이었다.
회사에서 인정도 많이 받고 있었고 인정뿐만 아니라 일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일에 대한 열정이 많았던 저자도 '다른 무엇'가를 위해 없는 시간 쪼개가며 열심히 '다른 무엇'가를 찾았지만 저자는 나와 달리 회사가 아닌 '다른 무엇'을 하려고 찾기보다는 본인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직장 생활이 그저 나를 회사에 갈아 넣는 일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 하루에도 수십 번 기쁨과 슬픔 괜찮음과 괜찮지 않음 위엄과 위험을 오고 가지만 이 '오고 감'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이나 정도나 주기 같은 것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주도성을 갖고 싶다는 것" (책속)
회사에 끌려 다니지 않았으면 좋겠다.
난 미친 듯이 끌려 다녔다.
끌려 다니지 않으면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로 끌려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모든걸 내려놓으면서 까지 끌려가다 보니 퇴사라는 글이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이 책은 퇴사를 권하는 책 아니다
직장인들이라면 한 번쯤은 고민해 볼만한 부분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퇴사든 퇴근이든 어떤 결정을 하든 그건 개인의 문제이고 어떤 것이 정답이다 아니다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코로나 19로 취업준비생들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직장인들도 너나 할 것 없든 두려움을 안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정말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게 맞는 건가 지금 이 길을 가야 하는 게 맞는 건가라는 끝없는 물음으로 밤 잠을 못 이루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이 책을 조용히 권하고 싶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퇴사하기로 한 마음 변하지 않았다.
무작정 맨땅에 헤딩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저자도 알고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컴퓨터 앞에 앉아 브런치 게 글을 쓰고 본인만의 삶을 본인이 정하여 시간을 보낸다는게얼마나 짜릿한 일인지 난 그 짜릿함을 알기에 멈출 수 없다.
물론 아직 브런치에 나의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도 나의 글이 세상구경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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